“새로 발행한 글은 너무 옵시디언에 저장된 메모 같이 정리돼 있네.”
첫 번째 실행 글을 올리고 받은 말이었다. 바로 이해됐다. 글 맨 위에는 상황이 정리돼 있었고, Google과 Naver와 Bing에서 확인한 내용도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읽고 나면 내가 무엇을 겪었는지는 남지 않았다. 업무를 끝낸 뒤 저장해둔 보고서 같았다.
조금 더 아픈 지적도 이어졌다. 이대로 두면 검색엔진이 AI로 발행한 글처럼 볼 것 같다는 말.
Google이 글 하나를 보고 ‘AI 글 점수’를 매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색엔진보다 먼저 사람이 알아본다는 생각은 들었다. 문단 길이가 고르고, 소제목이 대칭이고, 문제와 해결이 빠짐없이 정리돼 있는데 이상하게 누구의 글인지 모르겠는 문장. 내가 평소 AI 답변에서 자주 보던 모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글은 AI에게 대충 시켜서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메타프롬프트를 먼저 만들고, 국내 기술 블로그를 비교하고, Google의 콘텐츠 기준을 확인하고, 12주 실행안까지 세운 뒤 나온 첫 글이었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더 반듯한 메모가 됐다.
약 1,950자 / 소제목 4개
화면 자료 0개 / 인용문 0개
Google·Naver·Bing 결과를 차례대로 요약했다.
약 6,240자 / 소제목 7개
타임라인·상태표·비교 보드·핵심 인용문
AI에게 브라우저를 맡긴 사실과 성공으로 부르지 않은 이유를 넣었다.
이 차이를 보고 나서야 문제를 메타프롬프트의 문장 몇 줄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프롬프트에는 경험과 판단을 중심에 두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가장 쓰기 쉬운 형식이 글의 모양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더 자세히 지시하면 해결될 줄 알았다
RLAX의 다음 방향을 정할 때 AI에게 그냥 “블로그 전략을 짜줘”라고 묻지는 않았다. 현재 공개 글과 소개, 편집 정책을 읽히고, 국내 기술 블로그의 차이를 비교하고, 검색 유입을 만들 수 있는 주제를 찾게 했다.
대형 미디어처럼 넓게 가지 말 것. 실제로 막힌 문제를 중심에 둘 것. 검색 키워드는 보되 검색엔진만 바라보는 글은 쓰지 말 것. AI가 만든 답보다 사람이 고른 기준을 보여줄 것. 이런 조건도 넣었다.
메타프롬프트 덕분에 전략은 분명해졌다. Tech 문제해결형 글은 검색 유입을 만들고, AI 업무 실전형 글은 RLAX의 고유한 관점과 재방문 이유를 만든다. 토스나 우아한형제들처럼 큰 조직의 사례를 흉내 내지 않고, 개인이 직접 운영하며 막힌 문제와 판단을 남긴다는 위치도 선명해졌다.
여기까지는 AI가 꽤 잘했다.
문제는 전략 문서 안에 넣어둔 글 템플릿이었다. 요약, 환경, 처음 보인 문제, 의심한 원인, 확인한 것, 해결 과정, 결과, 다음 체크리스트. 취재할 때 빠뜨린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기에는 좋은 틀이었다.
나는 그 틀을 초안용 메모가 아니라 발행 형식처럼 사용했다. AI는 빠뜨리지 않기 위해 모든 내용을 항목에 맞춰 채웠고, 나는 실행 속도를 높이느라 그 구조를 완성된 글로 착각했다.
“실제 경험과 판단을 중심에 둔다”는 원칙은 있었지만, 발행 직전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편집 규칙이 없었다. 방향을 정한 메타프롬프트가 문체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리라고 기대한 셈이다.
참고 글 세 편을 다시 펼쳐놓았다
새 글만 보고 문장을 고치면 또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여러 번 고친 기존 글 가운데 세 편을 다시 골랐다.
5년 동안 10달러를 번 적자형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커피는 카페보다 맛있고, 치우는 건 여전히 귀찮다, 연봉과 토큰이 나란히 서는 시대.
세 글은 주제도 다르고 문장 리듬도 달랐다. 하나는 방치한 블로그와 서버비 이야기였고, 하나는 커피 장비가 늘어난 과정이었고, 하나는 AI 시대의 노동 계약에 관한 전망이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었다.
개인적인 시작점이 먼저 나왔다. 애드센스 비활성화 메일, 지인의 발뮤다 추천, 직원과 나눈 대화. 그다음 실제 날짜와 가격과 화면이 붙었다. 중간에는 “이게 정말 맞나” 하는 망설임이나 가장 강한 반론이 들어갔다. 마지막에는 처음부터 준비한 결론이 아니라, 과정을 통과하고 남은 판단이 있었다.
정보가 흐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건이 흐름을 만들고, 정보는 그 사건을 확인하는 증거로 들어갔다.
그제야 색인 글에 빠진 것도 보였다. Google 사이트맵이 성공했다는 사실은 있었지만, 오래된 실패 표시를 보고 먼저 지우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다. Naver 수집 요청 내역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있었지만, 같은 버튼을 계속 눌러도 될지 멈칫한 장면은 없었다. Bing에서 8개 URL을 제출했다는 결과는 있었지만, www 표시 때문에 잘못된 사이트를 보고 있는 줄 알았던 순간은 없었다.
사실은 있었지만 사실 사이를 지나간 사람이 없었다.
AI가 잘한 일과 못한 일이 정확히 갈렸다
AI가 잘한 것은 흩어진 자료를 모으는 일이었다. 기존 글을 분류하고, 국내 기술 블로그를 비교하고, 색인과 내부 링크와 광고 개선을 하나의 운영 흐름으로 묶는 속도는 빨랐다. 내가 혼자 했다면 여러 관리자 화면과 메모를 오가며 훨씬 오래 걸렸을 일이다.
색인 요청 자체도 AI에게 브라우저를 맡겼다. Google에서 주요 URL을 검사하고, Naver에서 요청을 시도하고, Bing에서 주소를 제출하는 반복 작업은 잘했다. 사람 손으로 메뉴를 오가는 것보다 빨랐다.
반대로 AI가 못한 것은 어떤 결과를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을지 정하는 일이었다. Naver에서는 버튼을 눌렀지만 요청 내역이 생기지 않았다. 그 상태를 “제출 완료”라고 정리하면 문장은 깔끔해지지만 사실과 멀어진다.
Bing의 사이트 이름에는 www가 붙어 있었지만 실제 canonical 사이트맵은 정상으로 읽혔다. 겉에 보인 이름만 보고 잘못 등록됐다고 결론내려도 안 됐다. 화면을 읽는 것과 화면의 의미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AI는 많은 후보를 만들고 비교하는 데 강했다. 무엇을 글의 중심에 둘지, 무엇을 아직 모른다고 남길지는 약했다. 정확히는 그 판단을 대신 맡길 만한 자료가 없었다. 나에게 걸렸던 순간은 검색 로그나 템플릿 안에 자동으로 생기지 않으니까.
정보는 있었지만 글쓴이는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순서를 바꿨다
메타프롬프트를 버리지는 않았다. 다만 역할을 줄였다. 이제 전략 템플릿은 발행 형식이 아니라 취재 누락을 찾는 메모로만 사용한다.
AI에게는 자료와 사실, 빠뜨린 조건, 가능한 구조를 먼저 요청한다. 초안을 받더라도 바로 발행 형식으로 꾸미지 않는다. 실제로 기억나는 장면 하나를 고른 뒤 그 장면에서 문단을 다시 시작한다.
마지막에는 요약 상자와 체크리스트를 먼저 의심한다. 독자가 실제로 저장해서 써야 하는 목록이라면 남긴다. 본문을 다시 한 번 압축해 보여주는 장식이라면 지운다. 모든 소제목이 같은 문장 구조를 갖거나 각 절이 똑같은 길이로 끝날 때도 다시 본다.
너무 반듯한 글은 대개 생각이 움직인 흔적을 지운다.
이 기준을 따로 RLAX 글 작성 지침으로 만들었다. 첫 세 문단 안에 개인적인 시작점이 있는지, 실제 날짜와 숫자가 있는지, 처음 예상과 달랐던 지점과 자기반박이 있는지, 경험하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처럼 쓰지 않았는지를 발행 전에 확인한다.
분량도 무작정 길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경험형 글이 2천 자 안팎에서 끝났다면 장면, 증거, 반론, 판단 중 하나가 빠졌을 가능성을 먼저 본다. 이번 색인 글도 길이를 세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빠진 과정을 되살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길어졌다.
메타프롬프트보다 뒤에 사람이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좋은 메타프롬프트를 만들면 전략부터 글까지 일정한 품질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절반만 맞았다. 메타프롬프트는 무엇을 조사하고 무엇을 피할지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무엇이 나에게 중요했는지까지 자동으로 골라주지는 못했다.
AI의 역할을 줄인 것은 아니다. 조사와 비교, 누락 확인에는 오히려 더 많이 쓸 생각이다. 브라우저 작업처럼 반복되는 실행도 계속 맡길 수 있다. 다만 발행되는 글의 시작 장면, 성공의 기준, 마지막에 남길 판단은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 셋이 없으면 RLAX가 기술 블로그인지, 자동으로 늘어나는 문서 저장소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번에 처음 다시 쓴 글은 작은 블로그를 다시 검색엔진에 제출하면서 확인한 것들이다. 프롬프트보다 맥락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정말 질문을 잘하면 되는 걸까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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