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오전 7시 13분 52초.

거래내역에는 그렇게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시간에 쿠팡에서 맥북프로를 샀다. 처음부터 내 맥북을 사려고 한 건 아니었다. 원래는 직원에게 줄 컴퓨터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쿠팡 주문 상세 화면에 표시된 맥북프로 배송완료와 구매 가격
쿠팡 주문 화면에는 2026년 6월 24일 주문, 6월 24일 도착, 구매가 3,865,390원이 남아 있었다.

6월부터 계약직 직원이 들어오기로 했고, 8월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제대로 쓸 컴퓨터가 필요하다. 우리 일이 영상도 만들고, 파일도 많이 열고, 브라우저 탭도 계속 띄워두고, 요즘은 AI 도구까지 거의 항상 같이 쓰는 일이다 보니 장비가 너무 느리면 은근히 일이 피곤해진다.

그래서 6월 내내 그 친구에게 말했다. 맥북이든 맥 스튜디오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고. 사줄 테니까 원하는 사양을 한번 봐보라고. 그런데 그 친구는 “아, 네. 살펴볼게요” 정도로만 말했고, 별다른 요청은 없었다. 7월에는 잠깐 쉬는 일정도 있어서 급하게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때부터 내가 맥북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맥북프로와 박스, 커피잔과 노트
테이블 위에 맥북프로와 박스를 올려두고, 당장 뜯을까 말까 잠깐 멈췄다.

처음에는 진짜 직원 장비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보니 직원보다 내가 더 열심히 보고 있었다. 쿠팡을 열었다가 닫고, 애플 공홈을 봤다가 닫고, 다시 쿠팡을 보고. 가격을 보고, 메모리를 보고, 저장 공간을 보고. 그러다 또 “아니, 맥북이 이미 몇 대나 있는데 뭘 또 사” 하고 닫았다.

01 BRIEF직원 장비를 보던 중필요한 컴퓨터를 알아보다가 내 작업 환경까지 보게 됐다.
02 ORDER2026.06.24 07:13:52침대에서 쿠팡을 열고 약 386만 원에 결제했다.
03 AFTER다음 날 가격 인상충동구매가 갑자기 막차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 장비를 보다가 내가 사고 싶어졌다

원래 나한테는 맥북프로 M4 Max가 있었다. 당시 600만 원 정도 주고 샀던 거라 성능은 꽤 괜찮았다. 그리고 맥북프로 M4 Pro 기본형도 두 대 있었다. 이 두 대는 중계할 때 쓰려고 산 장비였다. 거의 기본형에 가까운 구성이라 512GB 저장 공간에 24GB 메모리 정도였다.

그전에는 맥북 에어도 썼는데, 아무래도 오래 쓰면 발열이나 쓰로틀링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성능이 엄청 높지는 않아도 팬이 있는 맥북프로가 낫겠다고 생각해서 M4 Pro 기본형을 샀던 거였다.

그런데 직원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좀 애매해졌다. 영상 같은 걸 만들 때 쓰라고 M4 Max 맥북을 임시로 넘겼다. 당장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비였으니까. 그러고 나니 내 손에는 기본형 M4 Pro만 남았다.

물론 M4 Pro도 좋은 컴퓨터다.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AI를 많이 쓰다 보니 뭔가 애매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브라우저 탭 여러 개 열어두고,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 보고, 옵시디언 열고, 이미지 만들고, 캡처 편집하고, 옆에서는 AI 도구가 계속 돌아간다.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데 한꺼번에 쌓이면 컴퓨터가 살짝씩 버벅이는 느낌이 있다.

저장 공간도 계속 신경 쓰였다. 512GB도 어떻게든 쓰면 쓸 수는 있다. 외장 SSD 쓰고, 클라우드에 올리고, 파일 지우고. 그런데 그걸 계속 신경 쓰는 것 자체가 귀찮다. 작업하다가 “아, 공간 괜찮나?” 생각하는 순간이 싫었다.

그래서 1TB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메모리도 조금 더 있으면 좋겠고. AI를 이렇게 쓰는데 앞으로 더 많이 쓰지 덜 쓰지는 않을 것 같고.

이쯤 되면 거의 다 산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 결제 버튼만 안 눌렀을 뿐이다.

2026년 6월 24일 오전 7시 13분 52초

며칠 동안 그렇게 봤다. 봤다가 껐다. 다시 봤다가 껐다.

“아니, 맥북이 이미 세 대나 있는데 뭘 또 사.”

이 생각이 제일 컸다. 맞는 말이었다. 이미 충분히 많았다. 그런데 그중 가장 좋은 M4 Max는 직원에게 가 있었고, 내 손에는 기본형 M4 Pro만 남아 있었다. 직원 장비도 결국 사줘야 하고, 나도 요즘 작업이 늘었고, 1TB는 필요하고, 메모리도 더 있으면 좋고.

이런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생겼다.

솔직히 말하면 합리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사고 싶은 마음에 이유가 붙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래도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더 애매하다. 완전한 낭비라고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꼭 필요한 구매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러다 6월 24일 아침에 눈이 떠졌다. 아마 새벽 6시 반쯤이었던 것 같다. 다시 자기도 애매하고, 바로 일어나기도 싫은 시간. 침대에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봤고, 또 쿠팡을 열었다.

그 시간에 주문하면 그날 도착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게 문제다. “오늘 도착”은 사람을 좀 이상하게 만든다. 어차피 살 거면 지금 사도 되지 않나 싶어진다. 며칠 동안 봤잖아. 어차피 직원 장비도 봐야 했고. 어차피 내 작업 환경도 바꿔야 했고. 어차피 살 거면.

그렇게 2026년 6월 24일 오전 7시 13분 52초에 결제했다.

가격은 약 386만 원이었다.

웃긴 건 받아놓고 바로 뜯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살 때는 그렇게 급한 것 같았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갑자기 차분해졌다. 박스를 보면서 “내가 진짜 샀네” 싶었다.

충동구매는 결제할 때와 물건이 도착했을 때 기분이 다르다. 결제할 때는 이미 머릿속에서 다 필요한 물건이 되어 있는데, 막상 도착하면 갑자기 카드값이 보인다. 그래서 그날 바로 뜯지도 않고 조금 뒀다.

위에서 내려다본 나무 테이블 위의 아직 열지 않은 맥북프로 박스, 커피잔, 노트와 펜
박스와 커피, 노트. 새 장비를 받아놓고도 바로 뜯지는 않았다.

다음 날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다음 날 밤이었는지, 25일에서 26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는지, 유튜브에서 이상한 소식을 봤다. 한 유튜버가 커뮤니티에 애플 맥북 가격이 올랐다고 올렸더라.

처음에는 “에이, 뭐야”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쿠팡에 들어가 봤다.

전날까지 그렇게 많아 보이던 재고가 거의 사라져 있었다. 내가 보던 구성들도 잘 안 보였다. 내가 산 구성은 검색도 잘 안 됐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살까 말까 고민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있던 물건들이 갑자기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이때 좀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냥 충동구매를 했는데, 하루 지나고 보니 뭔가 막차를 탄 사람처럼 되어 있었다.

애플 홈페이지에 표시된 M5 Pro 맥북프로 14 모델 5,210,000원 가격 화면
며칠 뒤 확인한 애플 공홈 화면. 같은 구성으로 보이는 MacBook Pro 14 모델이 5,210,000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며칠 뒤 다시 내가 산 상품 페이지를 눌러봤다. 가격이 521만 원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산 가격이 약 386만 원이었으니까 단순히 보면 130만 원에서 14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구매가 3,865,390원
며칠 뒤 본 가격 5,210,000원대
단순 차이 약 1,344,610원
본문처럼 정확한 모델명과 옵션 동일 여부는 재확인이 필요하다. 이 표는 당시 화면에 남은 숫자의 단순 비교다.

물론 정확한 모델명과 구성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쿠팡 상품 페이지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옵션이 완전히 같았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의 느낌은 분명했다.

아, 이거 진짜 막차였네.

전날까지만 해도 내가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미 맥북이 있는데 또 사도 되나. 직원 장비 알아보다가 왜 내 장비를 사나. 386만 원짜리를 아침에 침대에서 사는 게 맞나. 그런데 하루 뒤 가격이 오르니까 갑자기 그 모든 질문이 조금 조용해졌다.

충동구매가 아니라 뭔가 잘 피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건 너무 편한 해석이다. 사실은 그냥 사고 싶어서 샀다. 며칠 동안 계속 봤고, 메모리와 저장 공간을 핑계로 삼았고, 직원 장비라는 명분도 얹었다. 그러다가 아침에 눈 뜬 김에 샀다. 그게 먼저다. 가격 인상은 그다음에 온 사건이다.
이런 판단을 남기기 위해, 결국 5년 동안 10달러를 번 적자형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비슷하게 발뮤다 더 브루를 중고로 사온 날도 오래 고민한 척했지만 사실 마음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렇다. 같은 구매도 다음 날 가격이 오르면 갑자기 덜 부끄러워진다.

충동구매가 옳았던 게 아니라, 다음 날의 가격표가 그 충동을 덜 부끄럽게 만들어줬다.

직원에게도 말했다

며칠 뒤 직원이 출근했을 때 이 이야기를 했다.

“맥북 가격 오른 거 봤어요?”

직원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쿠팡을 다시 보여줬다. 전날까지 보이던 것들이 안 보이고, 비슷한 사양은 500만 원을 넘겼다고 이야기했다. 직원이 진짜 놀랐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나 그 전날 샀어요.”

이건 좀 말하고 싶었다. 원래는 충동구매였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 무슨 타이밍 좋은 판단을 한 사람처럼 말하게 된다. 직원은 웃으면서 대박이라고 했다. 자기도 샀어야 했다고 했다. 물론 진심으로 후회했다기보다는 그냥 상황이 웃겨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며칠 전에 그 직원이 핸드폰을 바꿀까 고민 중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말했다.

“지금 빨리 사요. 8월, 9월에 삼성이나 애플 신제품 나오면 이제 핸드폰도 300만 원 넘을 수도 있어요. 살 거면 그냥 1TB로 사요. 필요 없어도.”

말하고 나서 나도 웃겼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맥북이 이미 세 대나 있는데 또 사도 되나 고민하던 사람이, 이제는 남에게 필요 없어도 1TB를 사라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했다.

“괜히 삼성전자랑 하이닉스랑 샌디스크 주식이 오른 게 아니에요. AI가 메모리를 다 쓸어가니까, 이제 우리한테도 오는 거죠.”

반쯤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요즘 이런 생각을 좀 자주 한다. 나는 AI 덕을 정말 많이 보고 있다. 글을 정리할 때도, 사이트를 만질 때도, 이미지를 만들 때도, 코드를 고칠 때도 거의 계속 도움을 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며칠씩 걸렸을 일을 몇 시간 안에 끝내는 경우도 많다.

노트북과 외장 SSD, 영수증과 메모리가 놓인 작업 책상
AI를 쓰다 보면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도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막상 기기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걸 보고 있자니 앞으로가 좀 걱정되기도 한다. AI 때문에 생산성이 올라가면 언젠가는 물가도 더 저렴해질까. 아니면 데이터센터, 반도체, 메모리, 전기 같은 비용이 계속 밀려 올라가면서 오히려 더 비싸지는 것들이 많아질까.

물론 내가 이걸 진지한 경제 전망처럼 말할 수는 없다. 그냥 소비자로서, 그리고 AI를 거의 매일 쓰는 사람으로서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는 쪽에 가깝다. 나는 AI 덕을 보고 있는데, 동시에 AI 때문에 비싸지는 것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전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샌디스크 주식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그냥 시장 뉴스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쿠팡 장바구니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어제까지 386만 원이던 물건이 며칠 뒤 521만 원대로 보이면, 멀리 있던 이야기가 갑자기 너무 가까워진다.

아무튼 충동구매를 할 때도 간혹 있지만, 이런 이야기로 충동구매를 포장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기록할 만한 사건이 내게도 생겼다. 물음표를 붙여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기록?

나중에 이 글을 다시 보면 아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때 사길 잘했네”라고 생각하거나, “또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했구나”라고 웃거나.

둘 다 가능하다. 다만 이번에는 거래일시까지 남아 있다.

2026년 6월 24일 오전 7시 13분 52초. 충동구매가 끝난 시간이고, 하루 뒤부터 그 충동구매가 조금 덜 부끄러워진 시간이다.

충동구매가 가끔은 맞을 때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맞은 것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